130430.
한라산 등산 시작 7시 30분.
몇 번을 망설이다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서 성판악 코스로 내려오는 길을 선택.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니까 할 수 있던 도전이랄까? 숙소 짐까지 다 싸들고 말이지. 다시 가자면...음....-_-
출발하는데 비가 슬쩍 왔다. 이런...! 비 피하려고 하루 미룬건데ㅠㅠ
한라산 관음사 코스 입구
윽... 구린 폰 사진
한라산엔 이제야 진달래가 피기 시작. 5월에 오면 더 이쁘겠다.
줄곧 숲속을 걷다가 처음으로 하늘이 열리면서 삼각봉 대피소가 보인다. 얼마나 벅차고 반갑던지...
대피소 기준 12시 입산 통제인데 10시 반 도착, 초코바 하나 먹고 다시 올라가기.
한라산에 까마귀 정말 많다..... 정말. 정면으로 향해 날아오다 휙 빠지는 녀석들, 깜놀하면서도 멋있었다...ㅋ
삼각봉 대피소에서 만난 까마귀.
중간에 비가와서 비옷 꺼내입고... 첨부터 흐렸지만, 비가 오니 나무들은 더 짙어진다.
4시간, 만만하지 않더라. 정말 숱한 생각들이 밀려오던 산행 길.
웅장한 능선. 이 능선이 보이면서부터 정말 힘들다. 계단도 많고, 가파르고, 3시간도 넘었으니.
넘넘 힘들어 쉬면서도 거대한 능선으로 보여주는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나와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오를수록 이 거대한 장벽같던 능선도 발 밑에 놓이는 걸 신기해하면서..
한시간 정도 남겨두고 다리가 풀렸을 땐, 아득했다. 내려갈 수도 없고, 뒤에 오르는 사람도 없고...
계속되던 생각들도 이 순간엔 보고픈 사람, 화가 나는 상황, 지금 현실들이 떠오르는게 아니라
내가 맞이해왔던 고독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사람들과 함께해도 반이 되지도, 배가 되지도 않는 고유한 무게.
그런 생각들이 왜 힘이 되었을까? 신기하게도 그 순간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정상으로의 마지막 계단
한라산 정상. 백록담
너무 너무 춥다...!
너무너무 추워서 부랴부랴 인증 사진 찍고 하산
성판악 코스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많은 오름들.
화산섬 제주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는 듯.... 했는데 날이 흐려서 ㅠ_ㅠ
관음사 코스의 웅장함을 본 직후라 성판악 코스는 오름의 장관 외에는 기억에 남는게 없네.
한라산에 갈 땐 곡 등산화를 신자. 돌이 많은 산이라 등산화 아니면 발바닥이 무지 아팠을 것 같다.
다 내려오니 4시, 총 8시간 반이 걸린 산행.
표선으로 이동 후 너무 배고파 길 찾는거 포기하고 표선파출소 근처 식당으로 직행.
메뉴판 한참 보다 "몸국 주세요~" "(아주머니 무섭게)몸국!!!!???" "네....;;;" (아.. 잘못시켰나?)
뚝배기 한그릇을 내오시곤 아주머니 걱정스럽게
"몸국 첨 먹지? 이거 제주도 전통 음식이야, 몸에 정말 좋은거니깐 입에 안 맞아도 다 먹어야 해...!"
아, 난 또ㅋㅋㅋㅋ 처음 먹어본 몸국은 너무 맛있었다.
정말 한그릇 싹 비우고 아주머니의 흡족한 눈길을 받으며 양양한 기분으로 다시 게스트하우스 찾아 출발.
무작정 '한라산!'을 외쳤던 미션을 완성.
한라산에서 난 가장 힘든 순간 스스로 나를 위로 올릴 수 있는, 내 안에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기분을 찾아
뿌듯하고 대견하고 자신감있게.
8시간 산행 마치니, 웬만한 산은 무섭지 않을 듯ㅋ 한라산, 겨울에 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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