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집 여자

★반짝반짝 2013. 2. 25. 17:44

 

 

후배덕에 초대장 받아 본 연극 <그 집 여자>

 

첨부터 끝까지 단 2명의 배우가 나오는데, 무대를 꽉 채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잡아끌더라.

 

첫 시작부분 손주 사랑에 '내 새끼, 내 새끼' 하며 오만가지를 덮고 가는 시어머니에..

"할머니에 아이 교육 맡기면 안되겠어..." 란 생각만 -_-;;


주인공 여자는 동네 사람들 "저 여자, 그 집 여자야.."라는 말을 수근수근, 그 집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다 알고 있는 그 집 여자이다.
남편의 폭력으로 수 없이 도망가고 죽으려 했던. 그 집 여자.

아들은 아빠가 미워 엄마를 지키려 태권도를 배우고, 경찰에 아빠를 신고해 결국 아빤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다.

아들을 '죽여버리겠어' 이를 가는 아버지.

 

근데 이 아버지. 어릴때 자기 아들과 똑같이 자랐다.

맞고 사는 엄마 밑에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키우며.

다만, 다른 점은 이 아들을 두고 엄마가 살기위해 도망간 것.

 

지금 손주를 애지중지하는 시어머니는 아들을 버리고 나간지 17년 만에 다시 찾아와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며느리의 절규에 시어미의 고백. "17년 만의 만난 내 아들은 아비의 얼굴을 하고 있었어"

정말 소름 끼친다.

폭력으로 인한 자기 인격의 파괴, 대물림. 

며느리에게 소문내지 말고, 아들봐서 참고 살으라 얘기하는 시어머니의 2차 가해. 삐뚤어진 모정. 방관하는 이웃.

학교 폭력 가해자, 피해자가 모인 소나기 학교를 보아서도 그랬고,

이 연극을 보면서 확실히 느낀건. 폭력이 방치될 때 피해자와 가해자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력은 인격을 뼈속까지 말살하는 거라.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잃은 그 자리에 또다른 폭력의 얼굴이 남게 된다. 
사회적으로 낙오되는 자격지심의 가장과 모정, 가정에 얽매인 여성. 

가슴 아픈 극단적 결론 앞에서 가부장사회의 피해자/가해자는 남성, 여성 모두라는 걸. 알 수 있다.


 

여성 연극인듯 보였지만, 남성 관객이 더 많이 보았으면 하는 극이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