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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죽을 끓이며...



위경련.

먹은 것도 없는걸 게워내고선, 밤새 끙끙대는 울 엄마의 증상이다.

아픈 배를 홀로 손으로 문질러가며..


일 끝나고 집에 가다 종일 누워있을 엄마 위해 찜질팩 사러 왔는데. 

아무리 뒤져도. 싼건 없네...

눈 딱 감고, 나 또한 눈독만 들이던 고급 찜질팩을 확 질러버린다.

집 오자마자 렌지에 돌려 엄마 배에 올려드리곤. 그래도 괜한 뿌듯함..


얼른 흰쌀, 찹쌀 섞어 흰죽 끓이고 생각없다는 엄마께 밀어넣고 먹는거 지켜본다.

내 특제요리는 계란죽인데. 아숩.

불현듯 나 어릴적 아팠던 날 엄마 옆에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자매 중 맏이라, 대충 커서부터는 엄마의 세심한 돌봄은 동생들에 양보해야 했던 시절.

막내동생 찔꽁 태워주다가 다리 근육통으로 학교 못가고 종일 누워있던 하루.

단 그 하루를 종일 엄마를 독점했던,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는 충만했던 기억...



당신의 경험치를 훨씬 넘어 고전하며 살아가는 딸들에게 

단 한번도 좋은 멘토, 기둥같은 역할을 해 줄 순 없었던...

한때는 야속하고 답답하고, 이제는 짠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그 삶을 마음다해 사랑해드리고 싶다.


나를 당신의 짐으로 여겼던 내 마음이 미안하고,

그런 마음에 해방되고 싶어 나만 생각하고 온게 미안하고,

뒤바뀌어진 상황에 당신을 짐으로 생각했던 내가 또 미안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그 힘든 모든 절망의 시절을 온 힘을 다해 우리를 사랑해 오신 걸.



물론 엇나가는 관심과 잔소리, 강박은 힘겹다. 서로에 대한 마음의 부채도 남아있다.

하지만, 부모와 가족에 대한 오랜 번뇌는. 이렇게 부대끼고 살아가며 결국 자리를 잡는다.

사랑받은 존재로서의 '서로에 대한 깊은 감사', 그리고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게 '건강한 거리두기'에서 그 이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모든 가족들은 그들안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문제 없는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가족안에서의 그 도전들은 가족의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가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진짜 사랑과 진정한 연민, 

그리고 완전한 수용을 배울 수 있을까?" 


-Neale Donald Wal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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