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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연민을 버려야 할 때



돌아보고 고백하건데.

난 이 길을 분노로 걸어오진 않았다.
순간순간 치밀었던 분노가 있었을지언정, 분노의 기운으로 걸은 적은 없다.

내가 걸어 온 길은.
'연민'... 이었다.
부모, 동생, 나에 대한 연민...이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옮아가던 과정.

기계가 돌아가고, 시장통인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행상에 앉아 찬바람 맞아가며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와  
30년 일한 공장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아주머니들 속에서 내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고,
현장에서 기름때 묻혀가며 일하는 고단한 노동자와
가장의 짐을 지고도 거리에 선 그들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고,
등록금이 없어 범죄자가 되거나 목숨을 끊어야 했던 어린 학생들과
고학력으로 커리어우먼이 되었지만 비정규직 이름표 달고 문자해고 당한 KTX 여승무원들에서도
나와 동생 또래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아플때 난 몹시도 아팠고, 그것을 분노로 만들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젠..... 연민으로는 더 이상 나갈 수 없어 사랑을 품길 원한다.
그래야 더 힘있게 걸을 수 있을 것 만 같아!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세상은 또 어떤 빛이 가득찰까.
항상 궁금했기에.. 사랑한번 제대로 못해본 바보인 나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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